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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Kim's View/투자

삼성전자 반도체 판세 브리핑(DRAM)

by Yun Kim 2017. 12. 26.

삼성전자 반도체 판세 브리핑(DRAM)


지난 11월,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주가가 5.08%나 급락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부정적인 리포트 때문이었다. 모건스탠리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D램 가격도 영향을 받아 주가 상승이 제한될 거라는 이유로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리포트 영향으로 다음 날 외국인들의 매도가 이어졌고, 하루아침에 시가총액 18조 원이 증발했다.


이러한 우려는 합당한 것일까? 일단 모건스탠리 의견처럼 되려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수요 과잉에서 공급 과잉으로 변해야 한다. 하지만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된다. 세계 주요 IT업체에서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반도체가 필요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래에는 모든 전자기기, 자동차에 반도체가 들어갈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수요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 삼성전자 주식차트(모건스탠리 리포트 전후)


공급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는 산업의 특성상 공급을 늘리고 싶다 하여 즉각적으로 늘릴 수 없다. 보통 3년을 필요로 한다. 수요·공급 불균형이 시작된 시점과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시기를 고려해보면 최소한 내년(2018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부터는 치킨런이 재현될 거라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치킨런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우선 원가경쟁력 및 기술력에서 격이 다르다. 삼성전자의 원가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규모의 경제, R&D, 재고관리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더불어 고성능∙고용량∙저전략 D램 제품 개발 및 공정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2세대(1y나노) D램 양산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쟁사 대비 2년, 중국 업체 대비 5년을 앞섰다고 평가받는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갖게 되면 가격 경쟁에서 자유로워진다. 특히 첨단 기술을 지향하는 IT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 삼성전자 1y나노 8Gb DDR4 D램


삼성전자는 치킨런에 맞불을 놓을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평택 반도체 공장에 월간 웨이퍼 투입기준 6만 장 규모의 D램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 중이다. 6만 장은 삼성전자 현재 캐파의 6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액으로 보면 지난 3분기 동안 반도체 시설투자에만 19조 6,505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까지 10조 원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고, 내년에도 반도체 시설투자에 31조 원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게다가 화성공장 낸드플래시 생산 캐파의 일부를 D램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 업체가 본격적으로 D램 시장에 진출하는 시기에 삼성전자도 D램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상황이 급변해서 공급 과다로 이익이 줄어든다 해도 박리다매 방식으로 경쟁사를 더 크게 압박할 수 있다. 치킨런은 오히려 삼성전자가 쥐고 있는 선택지에 가까워 보인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치킨런에 강한 억지력을 갖고 있다. 다른 사업부를 통해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이지만 한편으로는 반도체를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기도 하다.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반도체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시계를 조금만 돌려봐도 스마트폰이 삼성전자를 이끌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치킨런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지 잘못 달려들면 싸움을 건 사람만 피를 본다. 


- 삼성전자(005930) 주식차트


결론 : 환경 변화는 언제나 있어왔다.


환경 변화는 늘 위협적으로 보였고, 어설픈 전문가들은 수십 년 동안 삼성전자에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시간을 길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비관론자에게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드러난 적은 무섭지 않다. 아무리 경쟁자가 위협적이라 한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처음 진출한 1984년만 할까. 삼성전자가 경계해야 할 것은 타성과 자만심이지, 경쟁사의 위협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


항상 무시당하는 삼성전자 (https://brunch.co.kr/@yunvestor/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