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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Kim's View/투자

내가 웹젠 (069080)에 투자한 이유

by Yun Kim 2017. 5. 3.

내가 웹젠 (069080)에 투자한 이유

IP(intellectual property)의 가치를 재발견하다.

 

Your big opportunity may be right where you are now.
- Napoleon Hill

 

'당신에게 중대한 기회는 어쩌면 지금, 바로 당신 옆에 있을 수도 있다.' 나폴레온 힐의 말이다. 나에게는 웹젠 투자가 그랬다. 네이버에서 무심코 읽은 기사로부터 비롯되었다. 사실 대단한 내용도 아니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흔한 유형의 기사였다.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계약 한 번 체결했다는 내용뿐이었다. 물론 계약 한 번으로 회사가 급성장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계약을 이용한 블러핑도 많이 벌어지는 곳이 주식시장 아니던가. 혹 신작으로 '뮤2'를 내세웠으면 모를까, 국내에서는 이미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뮤 온라인'을 중국에서 제공하겠다고 하니 단순 우려먹기처럼 보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뻔했다. 웹게임이라는 단어를 보지 못했더라면..

 

- 네이버 검색. 대천사지검

 

웹게임과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인적으로는 스타크래프트를 끝으로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는다. 한다 해도 1-2일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최고를 추구하는 성격 탓에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랭커가 되어버릴 정도로 게임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결심이 잠깐 깨졌던 적이 있다. 바로 ‘천군’을 할 때였다. 천군은 얼굴책 광고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삼국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한편으로는 SNS 광고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호기심에 잠깐 해본다는 것이 1달을 몰입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나의 열정적인 노력과 적당한 ‘현질’이 곁들여진 덕분에 TOP10에 이르렀다.

 

- 쿤룬코리아. 천군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천군에서 이벤트를 실시했다. 45만 원을 결제하면 제갈량이나 여포를 준다는 것이었다. 제갈량과 여포는 최고 레벨의 캐릭터였기에 유저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렇다 해도 게임에 45만 원을 결제하라니 당황스러웠다. 누가 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결제해서 놀랐다. 물론 대중을 미혹하려는 알바가 여럿 보이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결제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나와 매일 함께하던 팀원들까지 결제에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보면서 엄청난 공포를 느꼈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게임을 그만 두었다.

 

그만두고 나니 게임에 쓴 돈이 너무 아까웠고,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천군을 운영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므로 결제하려던 45만 원만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외국회사인데다가 비상장회사이다 보니 달리 투자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단념했다. 돈과 시간을 낭비한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게임주에 대한 가능성을 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 네이버 뉴스 검색. 대천사지검

 

천군 사태를 겪은 이후로, 게임은 상당 기간 내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그러다 2014년 6월 3일 우연히 웹젠 기사를 접하면서부터 다시 게임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바로 ‘웹게임’이라는 단어 덕분이었다. 중국 기업이 웹젠의 뮤IP를 활용해 웹게임 ‘대천사지검’을 서비스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보자마자 기업분석을 시작했다. 하지만 각종 지표는 나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재무상태는 안정적이지 못하고, 차트는 상장폐지를 앞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꾸준히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암울함이 극에 달했다. 기존의 원칙을 따랐다면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았을 기업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웹젠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 네이버 금융. 웹젠 Financial Summary

 

그렇다 해도 섣불리 투자할 수는 없었다. 비록 ‘뮤’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게임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고, 특정 세력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가짜뉴스를 유포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 여부를 고민하던 중에 '대천사지검' 공개테스트가 시작되었고, 중국 사용자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중국의 게임 사이트에 접속하여 번역기로 확인해보니 사실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 웹젠 주식차트 (~2014년 6월 3일)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 주가는 대단히 낮다? 주식시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드물다. 순간적으로 매수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꼈다. 급등하면 어쩌나 불안해질 지경이었다.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수익금의 일부를 선발대 격으로 투자하고, 기업분석과 분할매수를 병행하며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2014년 6월은 내 투자인생에 있어 가장 수세에 몰렸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단 돈 1원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尙有十二瞬臣不死. 매순간 이순신 장군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했다.

 

어찌되었건 '대천사지검'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투자 근거가 부족했다. 보다 확실한 근거가 필요했다. 주가는 내가 생각만큼 빠르게 오르지 않을 거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중국 홈페이지에서 네티즌의 반응을 살피고, 순위 매출 등의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서 최대한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주로 번역기를 활용했고, 중요하다 싶은 내용에 대해서는 중국인 후배에게 번역을 요청하였다.

 

- 네이버 뉴스 검색. 전민기적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회사 킹넷과 '뮤 온라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웹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각각 계약했다? 이 계약을 기점으로 웹젠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될 것이라는 직감이 왔다. 단순히 계약을 한번 더 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IP(intellectual property)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모바일 게임이라면 나중에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 가능성이 다분했다(실제로 웹젠은 킹넷의 ‘전민기적’을 역퍼블리싱해 '뮤 오리진'을 서비스하면서 엄청난 흥행을 이끌었다).

 

1-2달 동안 분석한 결과, 당장은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크지만 1년 후(2015년 7월)에는 엄청난 회사로 변해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때부터 주가가 낮다는 것이 엄청난 기회로 여겨졌다. 당시의 나는 "1,000억 원이 있어도 All in할 주식"이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하고, 심지어 미쳤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주거래 증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위험하다고, 다른 주식을 찾아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가 그들을 이해시킬 수는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을 뿐더러 유감스럽게도 나조차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아우라를 강하게 느꼈고, 부정하면 부정 할수록 무언가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1년 후(2015년 7월) 웹젠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 원피스 758화. 우솝 견문색 패기

 

투자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럼에도 실행으로 옮기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기존에 보유하던 주식을 매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내 투자가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물론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렇다 해도 거래하지 않고 여지를 두는 것과 매도하여 손실을 확정짓는 것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또 이전까지 큰 손실 경험이 없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한 것이다. 이런 나를 비웃듯, 주가는 끊임없이 하락했다. 반면 웹젠은 하루 사이에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등의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단을 내려야했다. 더 머뭇거렸다가는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웹젠에 대한 확신이 있음에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왜 망설이는가. 두려움 때문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두렵다. 가만히 있으면 상황이 나아지는가. 아니다. 나도 내 선택이 좋은지 나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변화해야만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변하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고심 끝에 2014년 8월 19일 ***** 주식 전량 매도 조치를 단행했고, 웹젠 수량 극대화를 목표로 8월 22일부터 적극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