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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마루야마공원. 사카모토 료마의 기상을 이어받은 새

교토 마루야마공원. 사카모토 료마의 기상을 이어받은 새

- 확실하게 이기는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교토의 한 공원을 걸을 때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큰 연못이 나타났다. 경치가 참 예뻤다. 사진에 담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꺼냈다. 구도를 잡는데 이름 모를 새가 눈에 띄었다. 갑자기 새를 중심으로 담고 싶어 졌다. 그런데 이 새의 자세가 어정쩡하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가 움직이길 기다렸다. 하지만 2분이 지나도 꿈쩍하지 않는다. ‘쟤 뭐지?’ 싶었다. 별 생각을 하다 가짜 새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가짜라고 생각하니 묘하게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같은데,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새가 움직이질 않는 것을. 결국 줌을 풀고 배경을 담았다.



‘한 일본 예술가의 솜씨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경지에 올랐구나.’ 혼자 대단해하며 공원 곳곳을 돌았다. 대부분의 경관이 다 그렇지만 설명할 거리는 별로 없다. 소설가가 아니라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한 마디로 족하다. 그렇게 단순한 감정만 느끼며 길을 걷다 두 인물의 동상을 발견했다. 주변은 텅 비어 있었다. 휑했다. 하지만 왠지 모를 힘이 느껴졌다. 비록 누군지는 모르지만 왠지 대단한 인물이라는, 직감적으로 그런 기운을 느꼈다. 괜히 이 순간을 간직하고 싶었던 나는 다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역광 때문인지 동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진 덕분에 여기가 마루야마공원임을 알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사진을 정리하다 ‘가짜 새’가 담긴 연못에서 멈추었다. 문득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딱히 검색할 방법이 없었다. ‘교토 새’라 검색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쉬워하다 동상 사진을 발견했다. 유일한 단서인 동상을 바탕으로 ‘교토 무사’, ‘교토 동상’ 등 여러 키워드로 검색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어떤 웹페이지에서 동상의 두 인물이 '사카모토 료마'와 '나카오카 신타로'라고 알려주었다. 이들은 에도 막부 말기에 대정봉환과 메이지유신에 기여한 무사다. 특히 사카모토 료마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롤모델로도 유명하다. 여하튼, 이 공원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공원을 돌고 다시 연못으로 돌아왔다. 새는 조금 전 모습 그대로다. ‘저 새가 가짜라니?’ 역시 믿기지 않는다. 연못 앞에 섰다. 내려다보니 물고기들의 움직임도 보인다. 사진 찍을 땐 몰랐던 광경이다. 평온한 연못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새와 주변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니 쟤 뭐야?” 크게 놀라는 일이 생겼다. 가짜 새가 갑자기 물속으로 부리를 맹렬하게 꽂아 넣더니 고기를 낚아챈 것이다. 새는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고, 고개를 하늘 방향으로 돌리며 사냥에 성공했음을 과시하였다.



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새는 분명 배가 많이 고팠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관광객은 많았고 주변은 시끄러웠으나 미동조차 없었다. 가짜라 여겨질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이 새는 수십 분을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 사실 적당히 좋은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을 것이다. 물고기는 충분히 많았으므로. 그런데도 이 새는 자신이 확실하게 이기는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참고 또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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