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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Kim's View/이런 얘기 저런 얘기

광고천재 이제석 파격, 잘못된 걸까?

by Yun Kim 2017. 4. 19.

광고천재 이제석 파격, 잘못된 걸까?

 

최근 광고인 이제석 씨가 참여한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로 논란이 생겼다. 일단 유권자의 관심 끌기 측면에서 보자면 대성공이었다. 하루 종일 네이버 실시간검색에서 상위권을 유지했고, 관련 기사도 꾸준히 나왔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만세‘V'와 기호’3‘를 합쳐 V3를 떠올리는 식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이면의 것을 보기 위해 노력했고, 그중 일부는 패러디로 만들어지며 공유를 이끌어냈다. 개인적으로 지지여부를 떠나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히 꼼수나 노이즈 마케팅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선거 관계자들이야 이해관계가 있어 그렇다 치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 일컬어지는 사람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여서 좀 놀랐다. 선거 홍보물의 권위와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당연히 어떤 홍보나 마케팅이든 ’이미지 메이킹‘이나 유명세만에만 기대어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선거 포스터’에 한정된다면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고 본다.

 

- 광고인 이제석 씨(저서 : 광고천재 이제석)

 

광고인 입장에서 포스터는 하나의 작품이다. 그래서 포스터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어느 부분을 강조하고, 어느 부분에 크리에이티브적 요소를 가미할 것인지. 한 장의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날을 지새우면서 수십 수백 번의 회의를 하고, 논쟁하면서 하나씩 고치고 개선해나간다. PT를 준비하면서도 수많은 피드백을 받으며 앞의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혹 광고주가 히스테리라도 부린다면 다시 도돌이표를 찍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포스터 안에 후보는 어떤 사람이고 그의 공약은 무엇인지,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지 등 모든 메시지를 다 담으려는 것 같다. 점 하나에도 혼이 담겨 있다.

 

그런데 후보 입장에서는 아닐 수 있다. 이는 결코 광고인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도 광고인의 노고를 주변에서 많이 봐왔고, 그들의 뛰어난 능력과 창의성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광고인이 있기에 자본주의가 제대로 꽃필 수 있었다고 믿는다. 다만 광고인과 광고주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에게 있어 포스터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후보에게는 포스터 외에도 공약집, SNS, TV토론 등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다. 즉, 후보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면 각 매체는 연주자인 셈이다. 지휘자는 수많은 악기가 빚어내는 음악을 모아 하나의 훌륭한 연주로 만들 책무가 있다. 그렇기에 포스터의 목적이 ‘관심 끌기’에 있다 해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광고인 이제석 씨 작품

 

홍보가 속 빈 강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 후보다. 이미 충분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나온 사람이라는 얘기다. 후보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또 공약을 들고 나왔고,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지 전부 알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내가 후보라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다. 충분한 콘텐츠가 있다면 일단 노출이 되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볼 일이다. 그래야 유권자에게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적합한지 평가받을 기회라도 생긴다.

 

나의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포스터는 후보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포스터의 뒤에는 후보가 있다. 후보에게는 그의 삶이 있고, 공약이 있다. 후보의 공약이 훌륭하고 그(녀)가 실천할 것이라 믿는다면 유권자는 기꺼이 표를 줄 것이다. 하지만 공약이 부실하거나 그(녀)가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면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훌륭한 인품과 자질을 갖춘 후보가 당선될 것이다. 물론 댓글이나 언론보도, 각종 선심성 공약 등의 노이즈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홍보 역시 유권자에게 전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보기는 어렵다. 포스터만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포스터 한 장만으로 후보를 선택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