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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Kim's View/이런 얘기 저런 얘기

안철수 유치원 공약 논란

by Yun Kim 2017. 4. 13.

안철수 유치원 공약 논란

 

최근 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공약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민은 단설유치원을 원하는데 병설유치원과 사립유치원에 치우치는 것은 민의(民意)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공약은 잘못된 것일까? 일단 단설 유치원 공급을 자제한다는 발언이 학부모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정책으로 보이는 면은 있다. 유치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단설이든 병설이든 공급을 줄인다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대형 단설 유치원은 거리가 멀어 통학의 어려움이 생겨 학부모 친화적이지 않으며, 여러 국가재난상황에 대응이 어렵고,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맞춤형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전국 초등학교 대상 병설 유치원 6,000개 학급을 추가로 설치해 공립유치원 이용률을 40%로 확대하겠다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렇기에 왜 단설 유치원 공급을 자제하고 병설 유치원을 공급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판은 공약의 타당성을 살펴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안철수 후보 블로그

 

들어가기에 앞서, 안철수 후보의 학제개편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안철수 후보는 만 3세부터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또는 직업학교 2년), 대학교 4년(또는 직장)으로 이어지는 5-5-2 교육정책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중학교를 마치는 만15세까지는 ‘의무교육’으로, 국가에서 비용을 지불한다. 유치원 공약과 관련해서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5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 제도보다 1년 앞당긴 것으로, 유치원 교육기간이 1년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치원 수요도 조절된다. 즉, 5-5-2 학제개편만으로도 유치원 부족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 2016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유·초·중등 교육통계편 (SM2016-08-01)

 

유치원 교육이 ‘의무교육’화 된다면 필요학급 수는 얼마나 될까. 초등학교 상황에 비추어 추측해볼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6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유·초·중등 교육통계편 (SM2016-08-0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개수는 6,001개, 학급 수는 119,547개다. 현행 교육기간을 감안했을 때 유치원(3년)은 초등학교(6년) 인원의 1/2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전국 유치원 개수는 8,987개(국공립 4,696개, 사립 4,291개), 학급 수는 총 35,790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립유치원의 학급수가 2만5,980개(72.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국공립 비중만 놓고 보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안철수 후보는 국공립유치원 학급수를 6,000개 늘리겠다고 했는데 실현될 경우, 15,810개의 학급이 되어 국공립유치원 학급수가 전체의 약 38% 수준까지 늘어나 문제 해결에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는 왜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고 했을까, 따지고 보면 ‘대형 단설 유치원’도 국공립유치원인데 말이다. 이는 유치원 부지/장소 확보 문제와 관련이 있다. 단설유치원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설유치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별도의 부지가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초등학교와 같은 인프라를 갖추기는 어렵다는데 있다. 초등학교 의무교육은 1954-59년 '의무교육 완성 6개년 계획'에 따라 실시됐다. 그렇기에 전후 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필요한 부지를 미리 확보해두었고, 자연스럽게 충분한 교육 여건을 조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치원 의무교육은 아직 논의 단계다. 부지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주요 도시의 개발이 이미 끝났다는데 있다. 유치원을 설립할 공간 자체가 없다. 아파트 재개발 시에 의무적으로 유치원을 갖추게 하는 식의 대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으나 대단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 2016년 전국 시도별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수

 

설령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해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43만 6,121명의 초등학생이 있다. 반면 유치원생은 9만 1,026명에 불과하다. 유치원 교육기간이 절반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20만 명 이상의 수요가 있고, 12만 7,000여명을 받아들일 공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1곳당 100명 정도 수용한다고 가정하면 1,270개가 필요한 셈이다. 단설유치원 1곳을 지으려면 최소 400평은 확보해야 한다. 부지매입을 비롯해 건물을 허물고 다시 증축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적게 잡아도 순수설립비만 200억 원은 필요할 것이다. 단설유치원 1,200개면 24조원이다. 운영비 지원까지 더하면 훨씬 늘어난다. 물론 병설유치원도 많은 운영비가 필요할 것이나 완전히 별도로 만들어진 시설에 비하면 적게 들어갈 것임은 자명하다. 이와 같은 이야기도 부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때나 논의할 수 있다. 예산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어렵지만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예산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게 된다.

 

이처럼 단설 유치원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이제 병설 유치원 6,000개 학급을 추가로 설치하여 공립유치원 이용률을 40%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실현가능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는 초등학교 6,001개교에서 빈 교실 1개씩만 마련해도 실현할 수 있다. 문제는 ‘학교마다 빈 교실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이다. 자세한 사항은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겠으나 10년 넘게 출산율 감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7명이다. 인구는 앞으로 2031년까지 점증하다가 이후 감소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초중고 재학생수는 저출산 영향을 빨리 받아 현재도 감소추세에 있다. 따라서 공실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 통계청. 2016년 출생통계[잠정]

 

한편 인구절벽 현상도 단설유치원 신설을 어렵게 한다. 출산율이 높다면 미래를 위해 단설유치원 설립에 수백 조를 투입할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여가며 단설유치원을 신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의 수요에 맞춘다면 머지않아 ‘원아부족’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출생 통계를 보면 2015년의 신생아 수는 43만 9,000명으로 2000년(55만)에 비해 11만 1,000명이 줄었다(2016년 출생아 수는 40만 6,300명으로 전년대비 7.3% 감소해 하락폭이 과도하다고 판단하여 2015년 통계로 대신함).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기 전까지는 병설유치원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여진다.

 

- 안철수 대통령 후보

 

사립유치원 문제는 어떨까. 일각에서는 높은 비용, 편차가 큰 교육환경, 교사의 자질 등 사립유치원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언론에서 이슈화되었던 교사의 폭력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 사립유치원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사립유치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당장 75% 이상의 유치원생을 담당하는 사립유치원을 없앨 수도, 그렇다고 국공립유치원으로 강제 편입시킬 수도 없다. 혹 밀어붙인다 해도 사립유치원에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여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피해는 학부모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미 형성된 관계를 갑작스럽게 바꾸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렇기에 사립유치원은 배척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함께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크게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하는 게 차선책이다. 다만 국가는 사립유치원 관리감독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치원 의무교육이 사립유치원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비용을 국가에서 지불하여 무상교육화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차량운행비를 비롯한 특별활동비로 국공립, 사립 간의 차이가 생길 수는 있겠으나 그래도 학부모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 차이도 제도적 장치를 통해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교육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치원 과정이 의무교육이 되면 사립유치원 역시 공교육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후에는 유치원이 사립이냐 국공립이냐의 문제보다는 ‘아이들의 교육여건이나 교사의 자질을 국가에서 실질적으로 관리감독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안철수 후보도 사립유치원도 공교육 체계 속에서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공약의 성패는 관리감독 시스템을 제대로 정착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병설유치원보다는 단설유치원을 원한다. 그렇기에 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공약이 최선이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부지 확보, 설립/운영 예산문제부터 인구 감소흐름, 초등학교 유휴 공간 발생 문제까지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병설유치원’ 확대는 충분히 고민하고 제시한 공약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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